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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the abandoned satellites will be your side in these myriad sleepless nights as the sheep already have left you; they say they feel tired of jumping the fences million times while you were tossing and turning.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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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함에도 써놓기는 했지만 이곳의 셰프가 부숑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곳의 음식이 어떠리라는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미국, 또는 캘리포니아식으로 해석한 프렌치 비스트로? 실내에 들어서니 주방에 올클래드 냄비가 잔뜩 쌓여 있던데 그것 또한 그 동네, 아니면 토마스 켈러 레스토랑의 영향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만 오천원짜리 코스가 있기는 했지만 대강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 수다나 떨어 객단가 떨어뜨리는 강남 아줌마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접고 따로 두 종류의 음식을 시키고는 수준을 확인해보고 싶어 프렌치프라이를 추가로 시켰다. 발효빵이 아닌 비스킷, 그것도 드롭 비스킷이 나와서 '빵을 만들 사람이나 여력이 없나?'라는 생각을 했다. 비스킷은 남부의 음식이라 그 동네에서는 빵 대신 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라도 사실 형태를 둥글게 만들어 굽는, 제대로 된 비스킷을 낸다. 그 비스킷이랑 드롭 비스킷은 만드는 난이도가 다르다. 오늘까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아마추어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주 못 굽기도 어려운게 드롭 비스킷이지만 그렇다고 잘 구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참고로 부숑에는 베이커리도 딸려 있고 그 요리책도 최근에 나왔다. 처음 나온 돼지 다리 룰라드는 밑에 사워크라우트가 깔려 있어 '슈크루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아 문드러진 껍질에 퍼석하게 익은 속살을 싸서 먹으면 균형은 대략 맞고, 그 젤라틴의 끈적함(사람들이 느끼하다고 말할)을 케이퍼가 톡톡 터지며 덜어준다. 소스 또한 끈적한 껍질에 가세해서 부드러움을 더해주는데 단맛이 꽤 두드러져 그 의도가 궁금했다. 긍정적이었지만 적어도 2cm는 될법한 돼지털이 몇가닥 남아있는게 옥의 티였다. 프렌치 프라이는 아주 살짝 기름에 쩔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잘 튀겼다. 다만 소금이 조금 모자랐다. ![]() 파스타나 리조토 가운데 한가지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던 차에 올리브기름으로 콩피했다는 노른자가 궁금해 시킨 카르보나라는 실패였다. 생크림 소스라는 설명을 읽고도 시킨 내가 잘못이기는 하지만 이미 그걸로 질척한 파스타에 노른자를 더하는 게 딱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크림소스가 없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은데 파스타 자체도 너무 익어버려서 열심히 먹기는 했지만 차라리 남기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디저트. 다른 디저트도 있었지만 "시그내쳐" 디저트라는 문구에 홀려 시킨 스모어는 초콜릿은 물론이거니와 마쉬멜로우와 그래엄 크래커 마저도 직접 만든게 아니라고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스모어라는 게 신기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별로 그렇지도 않아 이게 딱히 "시그내쳐" 디저트여야만 하는 이유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초콜릿을 뺀 나머지 둘 가운데 적어도 하나라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터라 모두 기성품으로 만든 이 디저트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구석에도 레스토랑이나 셰프의 정체성이 담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란 노른자를 콩피하는 수준을 추구한다면 더 쉬운 마시멜로우나 그래엄 크래커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뭐 이렇게 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지난 달인가 확장 이전한 레스프아에서 전체적으로 '헐거운' 음식에 안타까움을 느꼈는데 이날 먹은 음식의 조리만 놓고 본다면 그보다는 나았다. 기본기도 의지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스모어 같은 걸 시그내쳐 디저트라고 내놓는다거나 딱히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운 노른자 콩피 등등을 놓고 보면 어디까지가 '기믹'이고 또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긍정적인 측면의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메뉴의 덩치가 너무 큰 건 아닌가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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