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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the abandoned satellites will be your side in these myriad sleepless nights as the sheep already have left you; they say they feel tired of jumping the fences million times while you were tossing and turning.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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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음식 평가의 잣대
얼마 전에 막을 내린 탑셰프의 여섯 번째 시즌을 굉장히 즐겨보았다. 종반을 넘어가면서 못하는 무리와 잘하는 무리의 차이가 너무 두드러져서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는데다가 내가 응원한 아틀란타 출신 주방장이 마지막에서 밀려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도있고 배울 점이 많은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었던 점 두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음식 평가의 잣대이다. 물론 방송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편집을 하지만, 심사위원단이 음식을 평가하는 항목 크게 두 가지인데, 개념(concept, 이제는 '컨셉', 또는 '컨셉트'라고 하도 많이 써서 개념이라고 말하는 것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이하 개념)과 실행(execution)이다. 개념은 다들 쓰지만 은근히 추상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대강 설명하기가 참 어렵지만, 그냥 뭉뚱그려, 그리고 음식에 국한해서 설명하자면 음식을 관통하는 생각의 줄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재료부터 입이나 눈으로 맛보는 맛이나 차림새, 그리고 식감까지,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 다스리는 등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념이다. 반면, 실행은 그 개념을 가지고 어떻게 음식으로 풀어나가는 가에 관한 항목이다. 지난 몇 시즌 동안 탑 셰프를 보아 오면서, 나는 이 실행 부문을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영역은 음식의 구상이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개념을 가지고 만드려는 재료와 조리방법을 택하고, 또 맞는 차림새를 구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영역은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기술적인 측면이다. 예를 들어 그냥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와 으깬 감자를 조리한다면, 스테이크는 손님이 원하는 정도로 딱 알맞게 구웠는지, 소금과 후추의 간은 적당할 정도로 되었는지, 감자는 끈적거리지 않고 딱 부드러운 정도로 으깨어 버터와 크림을 섞었는지 평가하는 것이 실행의 두 번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2. 해체의 유행 또한 이번 시즌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요즘 유행하는 분자요리의 경향과 손잡은 해체(deconstruction)의 유행이다. 그 명칭에서도 사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해체는 하나로 뭉쳐져 음식이 되는 각각의 요소들을 한 접시에라도 나눠서 담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데 합쳐 먹도록 하는 방법이다. 물론 너무나도 거친 일반화이기는 하지만, 서양의 음식은 주로 주 재료와 소스, 그리고 장식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보통 이러한 요소들을 한데 합쳐서 내는 것이 아니라, 따로 나눠서 담아 내는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시저 샐러드는 보통 로메인 상추와 드레싱, 크루통, 파르메잔 치즈가 한데 버무려져서 나오는데, 이를 상추 따로, 드레싱 따로, 크루통 그리고 치즈 따로 각각 분리해서 담아 내오고, 먹는 사람이 이를 한데 합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단순하게만 해체를 한다면 해체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아무도 해체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졸지에 해체가 유행이 된 것은 사실 그 해체 자체 보다는 그 해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조리사의 음식과 재료 자체에 대한 이해나 기술이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시저 샐러드를 예로 들면 파르메잔 치즈를 그냥 갈아서 쓰는 게 아니라 그 갈아낸 것을 크래커처럼 오븐에 구웠다가 크게 조각조각 부숴서 장식 겸 맛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삼는다거나, 드레싱에 들어가는 계란을 수 비드로 흰자만 살짝 굳고 노른자는 흐를 정도로만 익혀서 계란을 통째로 낸다거나 할 수도 있다. 어째 예가 좀 궁색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이 글 다 쓰고 조금더 찾아봐야 되겠다-_-;;;), 어찌 되었든 이렇게 해체를 통해 조리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사람의 색다른 경험이다(이 색다른 경험에 대해서는 기획중인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짚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New Korean', 정식당 ![]() 왜 정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경험에 대한 글에 탑 셰프를 본 감상을 먼저 늘어놓으냐 하면,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개념이나 실행이 다른 식당보다도 정식당에서 먹은 음식에 대해 논할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음식점은 이상적으로 하나의 개념에 의해 모든 것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히 우리나라의 음식점들이 이탈리아면 이탈리아, 프랑스면 프랑스와 같은 식으로 지역-조금 더 세분화 되면 '북부 이탈리아'와 같은 식으로 지역까지 언급하겠지만 그 역시 여전히 단순한 범주화라고 할 수 있다-에 바탕을 둔, 아직은 단순하거나 조금 부정적으로 말하면 소심한 개념을 차용한다. 그에 반해 정식당은 솔직히 말해 조금 헛갈리는,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인 New Korean을 앞에 내세워 나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에는 다분히 해체에 기댄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이 확실하고, 또 그 개념을 등뼈로 표현하고자 하는 음식에 단순한 조리나 차림새를 위한 기술 이상의 것이 엮여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음식을 먹고 생각한 것에 대한 큰 밑그림을 먼저 그려주고 그에 따라 하나하나의 음식에 대해 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정식당이 스스로를 정의하기 위해 쓰는 개념인 New Korean은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을 조금 헛갈리게 한다. 정확하게 새로운 한국 음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까지 새로워져야 하는가? 지금 정식당의 음식은 정말 새로운가? 새롭다면 한국음식으로서 새로운가, 아니면 서양음식으로서 새로운가? 깊지도 않은 생각의 샘 속에서 질문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는데, 그걸 하나로 감히 뭉뚱그려본다면 '과연 어느 만큼 우리 음식이 주를 이룬 방법론이 정식당의 음식을 이루고 있는가?' 정도가 되겠다. 솔직히 아직도 헛갈리기는 하지만,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어렴풋이 우리나라의 보통(또는 전통? 굳이 전통이라는 용어를 처음부터 쓰기가 내키지 않는 이유는 그럴 경우 전통의 깊이가 어느 만큼인지 정의를 먼저 해 주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음식에 쓰는 비교적 낯익은 재료에 서양 음식의 방법론과 조리기술,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분자요리와 해체를 섞어 만드는 것이 정식당의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의 코스에 걸쳐서 그러한 스타일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또한 각각의 음식 맛 자체가 그 개념이나 시도만큼 잘 표현이 되거나 어우러지는지가 정말 궁금했다. 그렇다, 이건 일단 개념보다는 실행에 관한 물음인 것이다. 서론이 읽는 사람을 지치게 할 만큼 길어졌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정식당을 찾은 건 얼마 전이었다. 보통 금요일 점심을 먹고 그 예약을 수요일쯤 하는데, 예약이 찬 편이라서 큰 방을 나눠서 손님을 받는데 대신 칸막이를 쳐 주겠다고 했다. 가보니 좀 구석자리여서 어둡기는 했지만 어차피 혼자 먹을 거라 상관이 없었다. 대신 입으로 연신 감탄어구를 내뱉는 세련된 강남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다 듣는 건 좀 피곤했다. 두 가지의 코스가 있었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6만원까리를 주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코스는 지나치게 해산물 일색이어서 다양한 경험은 할 수 없었다. ![]() 첫 번째 "한입요기(아뮤즈?)" 는 홍합 수프에 김가루와 타피오카로 만든 부각, 그리고 홍합퓨레였다. 바다의 짠맛과 홍합의 풍미가 잘 살아난 음식 자체에는 별 불만이 없었는데, 손님이 먹고 난 숟가락을 어쩔 줄 몰라할 거라는 걸 안다면 수프 그릇과 같은 재질의 투명한 유리 접시에 담아 내와서 다 쓴 숟가락을 거기에 놓고 한데 들고 나가는 편이 낫겠다. 그릇이 작아서 숟가락을 빈그릇에 넣으면 그릇이 넘어지고, 또 그릇 위에 올려놓기도 뭐하고 해서 어쩔 줄 모른채 그냥 손에 숟가락을 한참 들고 있었다. ![]() 그 다음은 버섯밭. 맛도 맛이지만 말린 송이와 연두부의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두 식감 대조가 음식의 중심이다. 맛은... 검은째, 아몬드, 송로버섯 기름 모두가 고소하거나 무거운 느낌의 맛인데다가 역시 쌉쌀한 맛의 새싹채소 몇 잎을 곁들였더니 좀 처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리고 그건 그러한 느낌의 시작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날 먹었던 음식의 묵직함이 다시 느껴지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산의 힘을 좀 빌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몬이나 라임 같은 외국 재료가 아니라면 오미자나 뭐 그런 전 어땠을까? 몇 방울만 있었어도 그 무거움을 좀 가셨을 수 있었을텐데. ![]() 된장을 넣었다는 빵, 잘 구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빵 자체로도 된장 덕분에 무거웠지만 음식과 같이 먹으니 점점 더 무거움이 더해졌다. 빵은 기본적으로 다른 음식의 맛에 캔버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같이 색깔을 칠한 셈이었다. 애호박과 양파는 그 역할이 딱히 뭐라 할만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왜 애호박이고 양파일까? 그리고 왜 된장일까? 과연 된장이 이 음식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된장을 넣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된장이니까 된장을 넣은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머릿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훈제 차우더. 일단 차우더 자체의 조개 풍미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그건 훈제향이 너무 강한 탓도 있고 맨 처음에 먹은 홍합의 느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 비드로 조리한 연어가 나오는데 겉이야 그렇다고 쳐도 속까지 미디엄 정도로 익어서 좀 실망했다. 연어는 속을 미디엄 이상으로 익히면 그 다음부터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레어를 싫어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굳이 수 비드를 쓰기 보다 브로일러에 살짝 익혀서 차라리 불맛을 좀 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전체적으로 너무 딱 떨어지는 느낌의 맛에 조금 들쭉날쭉함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감자칩은 얇게 썰어서 탈수 시켰다고 생각하는데. ![]() 해산물 샐러드는 사진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가장 궁금했던 음식이어서 실망도 웬만큼은 되었다. 일단 맛 면에서, 이 샐러드는 정확하게 추구하는 바를 알기가 힘들었는데 모든 요소가 조화 보다는 충돌하기 때문이었다. 사진에서 보았을 때, 진짜 샐러드는 오른쪽의 거품이 덮은 부분으로 왼쪽의 아름다운 부분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없다고 해도 이 음식이 샐러드가 되거나 되지 않는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맛을 생각하더라도 바닥에 깔린, 신맛이 강한 라임젤리와 특유의 쓴맛을 다스리려고 너무 달아질때까지 설탕을 넣은 듯한 느낌의 자몽 거품(오른쪽 샐러드 위)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둘 다 샐러드 드레싱으로 쓰기에는 맛의 균형이 부족했다. 그리고 왼쪽의 아름다운 부분은 맛으로도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된 샐러드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보다도 식감이 더 큰 문제였다. 해산물이 잘 익혀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애호박과 멜론은 딱딱하지도 말랑말랑하지도 않은, 물컹물컹하거나 아예 덜 익은 감자와 같이 설컹거리는 느낌이어서 거슬렸고, 그 존재의 이유를 헤아리기 어려운 수 비드 메추리알 노른자는 너무 많이 익혀 완전히 덩어리져서 샐러드 치고 지방이 너무 없는 이 음식에 공헌할 기회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그게 의도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저 방울들은 바질과 파프리카 기름이었나? 바질 기름은 이 음식에서도 별 공헌을 못 하지만 나중에 나오는 해물찜에서 역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파프리카 역시 별 느낌은 없었다. 페타 치즈? 생각해보니 해산물에 치즈는 언제나 해산물의 향을 죽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보니 좀...(이렇게 음식을 먹는 와중에 옆 식탁의 아주머니들은 신기하다!를 연발하고 계셨다) 그래도 해산물 샐러드가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의 결과라면, 사실 이 김치 빠에야는 심각하게 꼭 이런 음식을 내실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건 그냥 새마을 식당의 7분 돼지 김치와 똑같지 않나? 김치찌개에 밥과 김가루를 넣고 비비면 딱 이 맛이 난다(이제서야 차림표를 보고 굴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정말 그랬던가?). 여기에도 김치, 베이컨, 김 퓨레가 들어갔는데 식당 사장의 어머니가 담갔다는 김치는 일단 매운 맛이 너무 강했고, 그 때문인지 빠에야 자체에 소금 간이 되어있지 않았다. 차라리 베이컨이 앞에서 먹었던 차우더만큼의 훈제향을 지니고 있다면 좋았을텐데, 무슨 베이컨인지 몰라도 그게 좀 약했다. 깍두기라고 알고 있는 저 동그란 무들은 적당히 짜서 빠에야의 간을 맞춰주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김치의 매운 맛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가장 우리나라스러운 음식인 김치를 비교적 그대로 집어 넣은 음식이 결과적으로는 이 코스의 전체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또한 균형을 망가뜨리는 음식이라는 느낌이 압도적이다 보니 나도 사실 속으로는 좀 당황스러웠는데, 과연 음식을 고안하고 만드는 사람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여기까지 먹었는데 전체적으로 맛의 느낌이 산뜻한 음식이 없었고 대부분 무거운 느낌이어서(해산물 샐러드마저 무겁게 느낀 이유는 신맛을 죽인 자몽 거품의 단맛과 존재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단호박과 멜론, 그리고 메추리알 노른자 때문이었다) 속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걸 좀 가셔내고자 빵을 먹어보았지만 된장 덕분에 오히려 한층 더 무거운 느낌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 그리고 마지막은 밀라노 해물찜이었는데, 이건 정말 무거움이 절정을 이루는 맛이었다. 탕만큼은 못하지만 찜 역시 재료가 국물을 넣고 끓였을 때 한데 어우러진 맛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바로 국물이 있는 음식의 기본인데, 이 "해물찜"은 각각의 요소를 따로 조리하고 거기에 국물을 깔아서 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해물이 각자의 맛만을 지니고 있지, 무엇인가가 한데 어우러진 맛이 깃들여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닥의 국물은 조개젓국이라던데 일단 싱거운 것-조리과를 졸업했다는 웨이터는 국물이 싱겁다고 하자 사람들이 국물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싱겁게 했다는 대답을 해줬다. 이해는 할 수 있었다-도 그렇지만 맛이 단편적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해물들은 조리가 완벽하다고 할만큼 잘 되어 있었지만 농어를 빼놓고는 느글느글한 식감이 너무 두드러졌다. 오징어는 그렇다고 쳐도, 찜과 같은 느낌이 의도한 만큼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관자는 팬에 지져서 겉을 바삭바삭하게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해물찜 같은데에 들어가는 쑥을 의도한 듯 쑥향의 거품을 얹었으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올리브와 파가 조금 더 많았다면 이 전체적인 느끼함을 덜어줄 수 있었을텐데 역부족이었다. 모든 재료의 조리 자체에는 전혀 흠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음식이 애초에 개념을 잘못 잡았거나 실행에 옮길때 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자면, 일단 이 음식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찜의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저 "해물찜"의 바닥에 깔린 국물을 정확하게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물찜에는 양파나 파, 미나리와 같이 은근한 단맛이 두드러지는 향신채가 많이 들어가니까 차라리 바질 오일을 빼서 기름기과 바질향(사실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을 덜어내고 그런 향신채를 넣은 국물을 깔아주었으면 전체적인 맛이 한결 더 조화롭고, 또 그 느낌도 찜과 가깝지 않았을까? 게다가 재료를 생각해보아도, 오징어도 그렇지만 익히면 곧 질겨지는 관자를 굳이 해물찜의 재료로 선택하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 재료나 가격에 대한 과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선의 종류는 많으니 찜에 어울리는 것들은 따로 있을테니까. ![]() 여기까지 먹고 속이 진짜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후식이 또 나의 관심을 끌었다. 수정과를 재해석한 것이었는데, 오른쪽의 것들은 감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왼쪽의 것은 수정과 젤리에 커스터드를 덮고, 그 위에 백년초 스폰지케이크 부스러기를 좀 뿌린 뒤 설탕 장식으로 마무리한 것이었다. 이걸 받아들고 나는, 어린 시절 수정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나에게 수정과란, 신정을 앞두고 시골 할아버지 댁에 내려갔을때 계피를 넣어 은근하게 달였다가 추운 밖에 내놓아 살얼음이 낀, 그래서 계피의 날카로운 향과 그 쨍하는 시원한 맛이 정수를 파고드는 느낌의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수정과를 현대적인 후식으로 재해석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느낌이 개념으로 자리잡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계피의 날카로운 향이나 시원한 느낌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커스터드나 백년초 스폰지 케이크는 정확하게 반대방향으로 수정과의 개념을 거스르는 첨가요인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갈 필요도 없지 않을까? 만약 정말 수정과를 젤리로 만들고 싶다면 일단 그렇게 만들어 차게 식히고, 잣가루와 곶감 퓨레, 그리고 곶감 조각 정도를 그 위에 장식으로 얹고 설탕 공예 정도를 얹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 경우에는 정확하게 음식 자체를 이뤄내기 보다는 그 음식이 어느 정도의 복잡함을 가지고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요소들을 더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 ![]() ![]() 이어지는 호두 아이스크림, 커피, 그리고 마들렌. 커피야 그렇다고 쳐도 호두 아이스크림과 마들렌은 전체적인 느낌에는 맞지 않으니 굳이 안 내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 둘 모두는 잘 만들어진 반면, 커피에는 기름이 떠 있었다. 여태껏 먹었던 음식점들 커피 가운데 정식당의 것이 가장 떨어졌다. 아, 글이 길어진다. 아무래도 이 글이 지금까지 내가 썼던 것들 가운데 최장문이 될 것 같은데 전체적인 느낌은, 맨 위에서 밝혔던 음식 평가의 항목 가운데 개념을 고정요소라고 친다면, 실행의 전, 후반부 가운데 전반부는 내 눈에는 미완성이고, 그래서 좀 여러 각도에서 생각을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음식들은 한데 모여 코스가 된다는 느낌이 너무 떨어졌다. 일단 해산물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도 그렇고, 각각의 맛이 한데 연결되어 어떤 느낌을 줄 것이라는 그림을 먼저 그리지 않고 부분부분을 이어준 다음 그게 하나의 그림이 되기를 바란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각각의 음식이 주는 완성된 맛이, 한 사람이 일괄되게 관리해서 나오는 맛이 아니라는 기분이었고, 그냥 감으로 찍었지만 주방장은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물론 주방장이 음식을 직접 다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만들 필요도 없고 자리를 늘 지킬 필요도 없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앞에서 말한 그, 조리과를 나왔다는 친절한 웨이터는 코스를 짜다보면 모든 음식이 다 함께 그런 느낌을 줄 수 없다고 말했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를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김치 빠에야와 같은 음식은 나에게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고, 그 정도의 매운 맛이라면 입가심을 할 것도 생각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앞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한 것처럼 재료도 재료지만 전체적인 맛의 느낌이 너무 무거웠다. 나는 언제나 음식의 맛을 도식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날 코스의 맛은 100이 가장 무겁고 0이 가장 가볍다면, 100에서 60까지의 맛이 지배적이었고 30에서 0까지는 느끼기 힘들었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 내가 굉장히 실망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음식의 조리 상태는 모두 굉장히 훌륭했고 서비스나 기타 다른 부분 역시, 커피를 빼 놓고는 전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나는 단지, 정식당의 음식이 단지 그, 아직도 이해가 정확하게 가지 않는 'New Korean'이라는 개념이나 '해체' 또는 '분자요리'를 한다는 그 이유들 자체 만으로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어찌해서 기회가 닿는다면, 정말 그날 자리에 없었다는 주방장님하고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러한 생각들을 나눠보았으면 좋겠고, 그건 그만큼 내가 이러한 방법론이나 정식당의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식당의 음식이 어떠한 방법론이나 기술 때문이 아닌, 그 결과인 음식 자체로 긴 시간에 걸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Epilogue-또 다른 New Korean? 시애틀의 Joule과 레이첼 양 비교적 최근에 했던 미국의 아이언 셰프에서 한국계 조리사의 한판 대결을 보았다. 시애틀의 'Joule'이라는 음식점의 레이첼 양이었는데, 그의 남편과 함께 나와서 우리나라로 치면 우럭과 같이 살이 단단한 흰살 생선과 비슷해 보이는, 하와이안 모이(Hawaiian Moi)'로 가장 최근에 뽑힌 새 아이언 셰프 호세 가르시스와 대결을 벌였다. 아무 생각없이 찾아서 보다가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의외의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이 대결에서 레이첼 양은 겉절이식 백김치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소주를 넣은 옷을 입은 생선 튀김, 생선 돌솥 비빔밥이나 생선전을 곁들인 쌈 등등을 선보여서 아깝게도 1점차로 졌다(어디에다가 넣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새우젓도 양념으로 썼다). 그녀가 선보인 음식들은 사실 정식당의 임정식 주방장이 선보이는 것과는 접근방법도 다르고 더 단순해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스 요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그녀가 그런 식으로 우리 음식의 요소를 섞는 방식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음식점 메뉴를 둘러보니 떡을 넣은 소꼬리 라구나 김치를 넣은 만두 등, 호기심이 갈만한 음식들을 볼 수 있었다. 구글을 좀 뒤져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들러 시연을 하던데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인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러한 방법론도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의미있게 탐구해서 적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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